지난 1만 년 동안 맥주는 인류 문명과 함께해 왔습니다.
사냥꾼과 채집인들이 야생 곡물을 발효시켜 마시던 것이 맥주의 시초였죠.
왜 그들은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맥주에 중독되어서일까요?
아니면 신께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맥주 덕분에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곡물 재배와 정착 문명의 시작이 맥주 만들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거죠.
이런 이론이 맞다면 맥주야말로 문명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맥주가 제사와 축제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들은 맥주를 신성시했고, 맥주 여신까지 있었죠.
라 신의 분노를 가라앉힌 것도 바로 맥주였답니다.
한번은 하토르 여신이 인간들의 반역에 격분해 모두를 학살하려 했는데,
라 신이 맥주를 피처럼 물들여 하토르를 속였다고 하네요.
서양 중세 시대에는 수도사들이 최고의 맥주 양조가 들이었습니다.
맥주는 기독교 축제와 연계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죠.
하지만 산업혁명이 오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대기업들이 맥주 시장을 장악하고 대량생산 체제가 시작되면서 소규모 양조장들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맥주 산업이 몰락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기업들이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면서 맥주가 대중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죠.
최근에는 수제 맥주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맥주 문화가 꽃피우고 있습니다.
인류가 걸어온 1만년의 여정 속에서 맥주는 언제나 함께했습니다.
때로는 제의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를 환영하는 술잔이 되기도 했죠.
지금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맥주를 들이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맥주 한 잔에는 오랜 전통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토록 긴 역사를 지닌 맥주와 함께라면,
우리도 어쩌면 신과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건배!